지난주 금요일에 퇴근하기 15분 전 클라이언트로부터 다급한 어조의 메시지가 왔다. 참고로 이 클라이언트는 중국 기업으로 사소한 문제도 과장해서 말하길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다. 왜 하필 또 금요일에 퇴근하기 직전에 문제를 얘기하고 싶은 건지 물론 본인들은 시차가 1시간 느리니까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메시지의 내용은 왜 11일과 12일에 프로젝트 팀원들이 왜 일하지 않았냐는 거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나는 팀원들과 먼저 얘기를 해봐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일이 있어 미리 말하지 못했는지 여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클라이언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호들갑 떨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팀원들에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놓고 답을 기다리는 5분 동안 클라이언트는 그 문제에 대해서 연달아서 닦달하는 메시지를 여러 개 보내놨다. 그나마 이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 측 담당자는 내가 잘 구슬려놔서 많이 유해진 편이다. 클라이언트가 조급해하기 때문에 지금 팀원들이랑 확인하는 중이니 답이 오면 회신해 주겠다고 일단 답해놨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팀원들은 30분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자리에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면 좋을 텐데 모두 원격근무하는 중이라 그럴 수도 없어 무한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인내심이 떨어진 클라이언트는 왜 미리 말 안 했냐 이건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비슷한 말로 돌려가며 계속 사람을 닦달했다. 계속 겪어왔던 일이지만 클라이언트가 저렇게 다급하게 굴면 나도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왜 팀원들은 답이 없는지 정말 궁금했다.
재촉하는 클라이언트와 답이 없는 부하직원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클라이언트를 진정시키는 거다. 사실 당황스러운 클라이언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프로젝트가 잘 굴러가는 줄 알고 손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확인해 보니 팀원들이 이틀 동안 일을 안 했다고 뜨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런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최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이것저것 설명을 했다. 프로그램에 일이 이 정도 남았더라 이 정도면 팀원들이 기한 내로 마무리할 수 있으니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등 나름 실드를 쳤다. 조금은 진정된 클라이언트는 알겠고 팀원들이 답 오면 알려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줘라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말들을 남겼다. 나중에 답이 온 팀원들과 확인해 보니 지난주부터 일이 줄어들었고 지난주에는 매일 클라이언트와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했으나 계속 이 문제가 지속돼서 이제는 어련히 클라이언트도 알겠거니 하고 짐작해서 클라이언트와 확인하지 않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앞의 팀에서 일이 넘어오지 않아 우리 팀원들이 계속 대기 상태이긴 했다. 그래도 팀원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언급도 없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흡했다고 본다. 일단 이렇게 몰아붙이는 클라이언트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팀원들이 답장을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나도 한 부서의 일원으로서 내가 한소리 듣겠다는 느낌 같은 느낌이 들면 위축된다. 사람은 위축되면 대답하기 어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대한 팀원들이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비록 나는 클라이언트한테 호되게 후려맞았지만 팀원들에게는 한껏 부드러운 말투로 접근했다. 실제로도 질책보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팀원들은 솔직하게 그동안 일이 줄었었고 여러 번 클라이언트에게 말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는 알겠다고 한 뒤 그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경우에는 반복되더라도 클라이언트와 항상 확인하고 최소한 나와 얘기해야 한다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덧붙였다.
클라이언트와 직원들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한쪽은 재촉하고 한쪽은 묵묵부답인 경우는 언제나 난감하다. 특히나, 이런 클라이언트처럼 문의의 빈도와 수위가 높은 경우에는 압박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사소통이다. 특히나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과 방법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 흥분한 클라이언트를 진정시키고 어떻게 직원들로부터 최대한 빨리 답을 받을 수 있는지는 말을 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말이라고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조리있게 말하는 것도 업무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내가 매니저인지 서비스직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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